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모성 정체성의 수행 양상 - 식민지 · 전쟁 체험이 담긴 자전소설을 중심으로 -

The Performance of Maternal Identity in Park Wan-seo’s Novel - Based on Autobiographical Novels about Colonies and War Experiences -
  • 박지영

초록

이 글은 식민지 근대와 전쟁 체험을 다룬 박완서의 자전소설 속 모성 정체성의 수행 양상을 분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경험과 권력과의 관계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여성의 경험이 사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정체성을 수행한다는 것은 사회적 규범의 작동 방식과 연결되며 권력과 담론의 질서 안에서 그것이 호명하는 대로 수행을 반복할 것인지와 연관된다. 모성 정체성 역시 당대 사회가 구성하는 산물로 보아야 하는데, 이것이 특수한 역사의 맥락과 만났을 때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서 탄생한 시민적 근대는 일본이라는 창을 통과해 우리나라로 번역되면서 모순된 근대라는 담론을 형성하였다. 모순을 함양한 정체성은 전근대와 근대 사이를 오가며 이중성을 키우고, 박완서의 근대 체험 소설에서 이는 분열된 모성과 그것을 지켜보는 딸의 불안한 시선으로 형상화된다. 그러나 전쟁 앞에서 억척스럽고 이중적이던 모성 정체성은 모든 것이 삭제된 채 비어버리게 되고, 그 중심에는 오로지 죽은 아들만이 자리한다. 불안한 시선을 내재한 딸은 모성에 뿌리박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지배 권력을 향한 저항이나 균열의 문제에 천착하지 못한다. 그렇게 정체성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어머니와 딸은 전쟁의 후유증 안에서 광기를 표출하고 이를 증언한다. 전쟁의 아픔을 증언하는 것은 어머니의 한을 달래면서 가부장제 속으로 편입한 딸의 선택 역시 역사의 맥락을 벗어날 수 없었음을 해명한다. 이때의 증언은 호명을 포함하는데, 호명하는 행위는 수행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은밀한 저항의 가능성이 아니라, 단단한 규범적 틀에 균열을 내는 분명한 저항적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수행 양상은 담론의 자장 안에 담기면서 권력의 재생산에 일조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권력 간의 관계와 그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그동안 다소 납작하게 그려졌던 박완서 소설 속 모성 정체성에 다채로운 의미를 덧입히고자 한다.

키워드

박완서; 자전소설; 모성; 젠더; 정체성; 수행성; 권력; 담론; Park Wan-seo; Autobiographical novel; motherhood; gender; identity; performativity; power; discourse
제목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모성 정체성의 수행 양상 - 식민지 · 전쟁 체험이 담긴 자전소설을 중심으로 -
제목 (타언어)
The Performance of Maternal Identity in Park Wan-seo’s Novel - Based on Autobiographical Novels about Colonies and War Experiences -
저자
박지영
발행일
2024-10
유형
Y
저널명
국어교육연구
호
86
페이지
147 ~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