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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고의 근본 목표는 칸트의 수학 철학이 완수한 ‘존재론적 혁명’을 밝히는 것이다. 필자는 칸트의 수학 철학이 지닌 존재론적 의미에 비추어 현대 물리학의 ‘수학적 미학 원리’를 비판하고자 한다. 본고를 집필한 동기는, 20세기를 지나 오늘날 21세기 물리학계에서도 여전히 ‘피타고라스-플라톤적 이상’에 경도된 이론 물리학자들이 수학에 의탁하여 더욱 추상적인 혹은 사변적인 이론들을 고안하면서 물리학이 수학 혹은 수학적 미학과 분간이 안 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상황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서론에서 “수학의 판단들은 모두 종합적이다”라는 언명으로 반(反)플라톤주의를 선포했다(KrV, B14). 플라톤적 세계에서 부유하던 수학은 칸트에 의해 이 지상으로 하강하였다. 칸트의 수학 철학이 완수한 ‘존재론적 하강’은 서양 철학사의 최고의 혁명 중 하나다. 칸트는 수학을 우리의 경험 세계에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칸트의 수학 철학은 『순수이성비판』의 「선험적 감성론」으로 압축되고 선험적 감성론은 선험적 관념론의 근본정신을 형성하며, 서양의 우주론은 피타고라스-플라톤의 우주론 이후 이론 물리학자 막스 테그마크의 “수학적 우주 가설(MUH)”에 이르기까지 수학적 우주론을 형성하는바, 선험적 관념론과 수학적 우주론은 긴장 관계에 있다. 수학적 미학 원리는 플라톤을 거쳐 피타고라스까지 소급되는 유구한 이상으로서 근대 물리학에 이어 오늘날 21세기 물리학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늘날 이론 물리학은 고도의 수학을 활용하여 더욱 추상적인 이론들을 생산하며 ‘사변적 물리학’으로 변모하고 있다(이 배경에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통합하려는 통일의 이상이 있다). 그러한 사변적 이론들은 인간의 ‘이성의 위업’일 수 있으나 ‘수학적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현대 물리학의 성배라 일컫는 “만물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은 우주의 모든 현상 및 입자를 포괄하고 중력을 비롯한 모든 힘을 통합하는 “최종 이론”이다(이 최종 이론의 꿈을 이론 물리학자 마르셀로 글레이저는 “서양의 일신론 전통이 과학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규정했다). 만물의 이론은 온 우주를 직관하는 능력, 즉 우주의 경계 밖에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직관하는 신적인 능력을 전제하므로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망각한 꿈이다.―이는 칸트가 제시한 순수이성의 제1이율배반이 지닌 물리학적 함축이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한 지점에서 수학적-미적 직관에 따라 이론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성향이 있다. 다시 말해 물리학 연구에 수학적 미의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이들에게 수학적-미적 직관 능력은 감성적 직관의 인도를 받을 수 없는 지점에서 궁극의 실재로 뻗어갈 수 있는 촉수인 셈이다.―이는 칸트의 물자체 개념이 수학으로 환원된다는 점을, 다시 말해 물자체가 수학적 개념으로 규정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칸트에게 수학은 경험 과학으로서의 물리학을 정초하는 학이며, 수학적 인식은 과학적 인식의 기초가 된다. 칸트는 이 원칙을 “직관의 공리”로 명명하였다. 이 공리는 “지각의 예취”와 함께 “수학적 원칙”에 속하며 합법적 인식 혹은 과학적 인식의 제1원리다. 우주에서 수학적 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수학적 미를 발견 대상으로 보는 플라톤적 사유는 ‘지적 설계론’으로 이어진다(지적 설계론은 칸트가 논파한 “물리신학적 증명”에 해당한다). 무신론자를 자처한 이론 물리학자 폴 디랙조차 수학의 힘에 도취되어 지적 설계론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티븐 와인버그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이론 물리학자에게 자연 법칙은 실재하는 불변의 법칙이다. 이러한 실재론적 입장에서 수학적 질서/구조는 발견 대상이다. 칸트의 선험적 관념론에 따르면 외적 물리적 실재는 인식의 한계 내에 있는 경험적 실재다; 수학은 초재의 세계로 비상하거나 궁극의 실재 혹은 존재 자체를 통찰하게 하는 신비적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 세계와 관계하는 철저히 내재적인 학문이다. 이론 물리학계에 만연한 수학적 미학주의는 상당수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칸트적 인식 비판’을 엄정하게 수행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칸트의 수학 철학에 따르면 인간의 수학적 인식 능력은 현상계 너머에는 미치지 못한다. 칸트의 수학 철학은 우리에게 인식의 한계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칸트 비판철학의 정수다.
키워드
- 제목
- 칸트 철학에서 수학이 갖는 존재론적 위상: 선험적 관념론과 수학적 우주론의 긴장 관계를 중심으로
- 제목 (타언어)
- The Ontological Status of Mathematics in Kant’s Philosophy: Centering Upon the Strained Relationship between Transcendental Idealism and Mathematical Cosmology
- 저자
- 윤채우
- 발행일
- 2022-06
- 유형
- Y
- 저널명
- 칸트연구
- 호
- 49
- 페이지
- 39 ~ 83
- 언어
- KOR
- 출판사
- 한국칸트학회
- 발행국가
- 대한민국
- 분량
- 45 페이지
- ISSN
- E 2734-0511
P 1598-9372